1. 운동이 어려운 이유
만성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CKD)은 고령층에서 빠르게 늘고 있으며
심혈관질환, 근감소증, 우울감 등 다양한 합병증 위험이 높습니다.
운동은 이러한 위험을 줄이고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운동이 좋다는 건 알지만 몸이 말을 안 듣는다”는 말처럼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체력 부족이 아니라
‘건강을 스스로 이끌어가려는 힘’, 즉 건강주도력(Health Ownership Power) 부족 때문입니다.
2. 건강주도력이란?
건강주도력은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지식, 자신감, 의지, 그리고 실천 기술을 갖추는 능력입니다.
의사의 지시를 수동적으로 따르는 수준이 아니라
“왜 이 행동이 필요한가”를 이해하고 스스로 실행하는 힘을 의미합니다.
최근 미국 Vanderbilt 대학 연구에서는
건강주도력이 높은 노인 CKD 환자일수록
주당 운동 횟수가 뚜렷하게 많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나이, 빈혈, 인지기능, 체질량지수, 사구체여과율(eGFR) 등을 고려해도
이 관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3. 건강주도력을 높이는 세 가지 요소
1) 능력(Capability): 몸과 마음의 준비
허약, 통증, 피로, 기억력 저하 등은 운동을 방해합니다.
하지만 완벽한 컨디션을 기다리기보다 ‘할 수 있는 범위’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의 72세 김모 환자는 당뇨와 만성콩팥병을 함께 앓고 있었습니다.
“무릎이 아파서 운동을 포기했었지만,
의사와 상의해 의자에 앉아 발을 드는 운동부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3개월 후 김 씨는 하루 15분씩 걷기를 실천할 만큼 체력이 회복되었습니다.
2) 기회(Opportunity): 주변의 환경과 지지
운동 습관은 혼자보다 함께할 때 오래갑니다.
가족이나 간병인이 환자를 “움직이지 말라”며 과보호하면 오히려 의욕이 떨어집니다.
반대로 함께 산책하거나 “오늘 몇 걸음 걸었어요?”처럼 대화를 나누면
자연스럽게 건강주도력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노원구에 사는 78세 여성 환자는 남편이 매일 저녁 식사 후
“우리 마트까지 같이 걸을까?”라고 제안하면서
하루 평균 3천 보를 꾸준히 걷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3) 동기(Motivation): 삶의 의미 찾기
직업을 그만두거나 사회적 역할이 줄어든 노인은 종종 “이제 나의 일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봉사활동이나 취미, 종교활동 등은 다시 삶의 동기를 되찾게 해줍니다.
예를 들어,
전직 교사였던 70세 이모 씨는 퇴직 후 운동 의욕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역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아침마다 스트레칭을 한다”는 이 씨의 말처럼,
운동이 봉사활동과 연결되며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습니다.
4. 의료진과 보호자를 위한 실천 전략
| 영역 | 구체적 접근 방법 |
|---|---|
| 교육(Education) | CKD 환자에게 운동이 혈압·피로·수면에 미치는 구체적 이점을 설명하고 ‘왜 해야 하는가’를 이해시킨다. |
| 코칭(Coaching) | 개인의 통증·체력에 맞춘 단계별 목표(예: 하루 5분씩 늘리기)를 설정한다. |
| 사회적 지지(Support) | 가족·보호자가 ‘함께 걷기’나 ‘운동 시간 알림’ 역할을 맡는다. |
| 의미 부여(Meaning) | 운동을 봉사, 취미, 신앙, 가족 돌봄 등과 연결해 실천 동기를 강화한다. |
이 네 가지 접근은 건강주도력을 키우는 핵심 기반이 됩니다.
5. 고령 만성콩팥병 환자를 위한 현실적 운동 팁
-
하루 10분씩 세 번 나누어 걷기 (아침, 점심, 저녁)
-
평지 걷기부터 시작해 점차 계단 한 층 오르기 추가
-
앉았다 일어서기 10회 반복으로 하체 근육 유지
-
통증이 있을 때는 무릎 높이 조절 후 의자 운동으로 대체
-
“손주 마중 가기”, “교회 예배 준비”처럼 구체적 목표와 연결하기
이런 작은 실천이 반복되면, ‘운동해야 한다’는 부담이 ‘움직이고 싶다’는 습관으로 바뀝니다.
6. 운동의 지속력은 ‘건강주도력’에서 시작된다
운동을 처방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스스로 건강을 이끌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키우는 일입니다.
건강주도력이 높은 사람은 단순히 “의사의 말을 따르는 환자”가 아니라
자신의 건강 여정을 ‘직접 설계하고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태도가 결국 운동의 지속성, 신체 기능 유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앞으로 만성콩팥병 관리의 방향은
‘무엇을 하게 할 것인가’에서 ‘왜 하게 만들 것인가’로 바뀌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