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CKD) 환자 중 상당수는 **피부 가려움증(소양증)**을 경험합니다. 특히 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에서는 10명 중 8명 이상이 다양한 형태의 가려움증을 호소합니다. 가려움증은 단순한 피부 증상이 아니라, 수면 방해·집중력 저하·우울감 등 환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만성콩팥병 관련 소양증(CKD-associated pruritus)**의 원인, 임상 양상, 치료 접근 방법, 그리고 새롭게 주목받는 치료제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CKD 소양증의 특징과 원인
1) 증상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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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소 또는 전신에 발생 가능 (얼굴, 등, 팔, 동정맥루 쪽 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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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또는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밤에 심해지는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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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이동 가능 – 한 부위에서 다른 부위로 가려움이 옮겨갈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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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건조증(건피증, xerosis)과 동반되는 경우 많지만, 건조증이 있다고 모두 심한 소양증을 겪는 것은 아님
2) 주요 원인 기전
소양증의 기전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요인이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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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독물질 축적: 알루미늄, 인, 칼슘, 부갑상선호르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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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불균형: 혈중 인 상승 → 칼슘 감소 및 부갑상선호르몬 증가, 비타민 A·마그네슘 상승, 알부민 저하, 백혈구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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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 염증: C-반응단백(CRP) 상승과의 연관성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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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계 요인: 요독성 감각신경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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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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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인성 오피오이드 경로 이상: μ-오피오이드 경로 과활성, κ-오피오이드 경로 억제 → 가려움 악화
2. 환자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가려움증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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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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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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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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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경우 자살 생각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려움의 원인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의료진과 환자 모두 증상의 심각성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투석 환자의 약 20%가 의료진에게 가려움 증상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 CKD 소양증 감별 진단
소양증의 원인이 반드시 CKD만은 아닙니다. 다음 질환들을 배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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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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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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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질환(습진, 건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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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감염(이, 빈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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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칼슘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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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종, 진성적혈구증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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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후 신경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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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감염
4. 단계별 치료 접근 (Stepwise approach)
1단계 – 원인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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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 환자의 경우 적정 투석량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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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랄·뼈 대사 이상 교정 (인·칼슘·부갑상선호르몬 목표치 유지)
2단계 – 생활습관 및 피부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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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온도 변화, 스트레스, 장시간 목욕 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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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물로 20분 이내 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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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 사용은 겨드랑이·사타구니 등 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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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보습 (파라핀, 글리세롤 성분)
3단계 – 국소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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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소 진통제: 캡사이신, 프라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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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소 면역조절제: 타크로리무스 (이식 환자에서는 피부암 위험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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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히스타민제: 졸음 부작용 가능, 효과 제한적
4단계 – 전신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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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바펜틴·프레가발린: 효과 입증, 단 부작용(어지럼, 졸림)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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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트세포 안정제: 하이드록시진, 크로몰린, 니코티나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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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오이드 수용체 조절제: 디펠리케팔린, 날푸라핀, 날부핀
5단계 – 기타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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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선치료(광선요법): 광범위 자외선 B가 가장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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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울제: 미르타자핀, 파록세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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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전달물질 조절제: 아프레피탄트, 셀로피탄트 등
5. 최신 치료제
네몰리주맙(Nemolizumab)
네몰리주맙은 인터루킨-31(IL-31) 수용체 알파 길항제로, ‘가려움 사이토카인’을 직접 차단하는 기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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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토피피부염, 결절성 양진 치료제로 허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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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여 후 48시간 이내 빠른 효과 보고 사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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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보고율 낮음, 심각한 이상반응 없음
만성콩팥병 소양증 환자에게도 효과 가능성이 커, 향후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네몰리주맙은 일본에서 2022년 3월 28일에 성인 및 13세 이상 소아의 아토피 피부염과 관련된 가려움증 치료제로 승인
렛미치(Remitch, 날푸라핀염산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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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허가된 CKD 소양증 전용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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κ-오피오이드 수용체 작용제로, 신경계의 가려움 전달 신호를 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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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혈액투석 환자의 난치성 소양증에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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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회 경구 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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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히스타민제나 보습제에 반응 없는 환자에서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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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불면, 어지럼, 변비, 구강건조 등 비교적 경미
6. 다학제 진료의 필요성
만성콩팥병 소양증은 신장내과 단독 진료보다 피부과·간호사·약사·영양사·정신건강 전문가가 함께하는 다학제 접근이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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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적극적으로 가려움 여부를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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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Itch Questionnaire, Visual Analog Scale 등 표준화 도구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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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장애·정신적 영향까지 평가
결론
만성콩팥병 환자의 소양증은 흔하지만, 과소평가되기 쉬운 증상입니다. 정확한 원인 감별과 단계별 치료, 그리고 최신 치료제 활용이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환자와 의료진 간의 적극적인 소통과 다학제 협력이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