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만성신부전, CKD)은 전 세계적으로 7억 명 가까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자들에서 흔히 동반되는 질환 중 하나가 바로 통풍(gout)입니다.
통풍은 혈중 요산(uric acid)이 높아져 관절에 요산 결정이 쌓이면서 발생하는 급성 염증성 관절염으로, 극심한 통증과 삶의 질 저하를 유발합니다.
특히 CKD 환자는 요산 배설 능력이 떨어져 통풍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습니다.
하지만 신장 기능 저하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제한적이고, 용량 조절이 까다롭기 때문에 관리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최근 가이드라인과 연구 결과를 토대로, CKD 환자에서의 통풍 치료 전략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통풍 치료가 필요한 환자
일반적으로 통풍 환자에서 요산강하요법(urate-lowering therapy, ULT) 은 다음과 같은 경우 권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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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2회 이상 급성 발작이 반복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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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 결절(Tophi)이나 방사선학적 손상이 확인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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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 요산이 9mg/dL 이상인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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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결석(uric acid stone) 병력이 있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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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D 3기 이상 동반 시
미국류마티스학회(ACR) 와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 는 모두 CKD 환자에서 조기 치료를 권고합니다. 특히 CKD 환자는 요산 조절이 어렵고 합병증 위험이 높아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요산강하 치료제: 어떻게 쓸까?
1. 알로푸리놀(Allopurin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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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선택 약제로 권장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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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신장 기능에 따라 엄격히 용량을 제한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점진적 증량(treat-to-target) 전략이 CKD 환자에서도 안전하게 적용 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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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는 저용량(50~100mg/일) 으로 시작하여 혈중 요산을 모니터링하며 서서히 증량하는 Start-Low-Go-Slow 방식이 권장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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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HLA-B*5801 유전자를 가진 일부 아시아인(특히 한국인, 중국인, 태국인)은 중증 피부반응(AHS) 위험이 높아, 투여 전 유전자 검사가 필요함
2. 페북소스타트(Febuxost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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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에서 대사되어 신장 배설에 크게 의존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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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D 환자에서 요산 감소 효과가 입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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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질환 위험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 장기 연구에서 알로푸리놀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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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푸리놀을 견디지 못하거나 목표 요산 수치(<6mg/dL)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 고려
3. 요산배설촉진제(Uricosuric ag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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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베네시드(Probenecid), 벤즈브로마론(Benzbromarone)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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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D 3기 이상에서는 효과가 떨어지고 부작용 위험이 있어 잘 쓰이지 않음
4. 페글로티카제(Pegloti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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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통풍 환자에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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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억제제(예: 메토트렉세이트)와 병용 시 효과가 높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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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기능에 따른 용량 조절은 필요 없으나, 고가이고 정맥 주사가 필요해 제한적으로 사용
5. SGLT2 억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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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당뇨병·심부전 치료제지만, 요산 배설을 증가시켜 혈중 요산을 낮추는 효과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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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D 동반 당뇨 환자에서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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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CKD가 진행된 환자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임
급성 발작(통풍 발작) 치료
CKD 환자에서는 진통소염제(NSAIDs) 를 사용할 수 없어 치료 선택지가 좁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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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히친(Colch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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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 CKD에서는 감량 후 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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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CKD(특히 투석 환자)에서는 독성 위험이 크므로 피하는 것이 안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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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로이드(Glucocortico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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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흔히 사용되는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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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구 또는 관절 내 주사로 투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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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루킨-1 억제제 (Anakinra, Canakinum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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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치료에 실패하거나 금기일 때 고려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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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이고 연구 데이터가 제한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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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작 예방(프로필락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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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산강하 치료 시작 시, 초기 몇 개월 동안 오히려 발작이 늘어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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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예방하기 위해 저용량 콜히친 또는 저용량 스테로이드 를 3~6개월간 병용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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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CKD 환자에서는 콜히친 사용에 주의해야 함
신장이식 환자의 특별 고려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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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푸리놀/페북소스타트 + 아자티오프린 병용 시 심각한 골수억제 위험 → 가급적 병용 피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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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로스포린은 요산 배설을 억제하여 통풍을 악화시킬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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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타크로리무스로 변경이 고려될 수 있음
생활습관 관리
약물치료 외에도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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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퓨린 식단: 내장류, 붉은 고기, 맥주, 고과당 음료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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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수분 섭취: 신장 결석 예방에도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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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관리: 비만은 통풍 위험을 높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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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혈당 조절: CKD 진행 억제에도 필수적
만성콩팥병 환자의 통풍 관리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지만, 최근 연구와 가이드라인은 저용량 시작-점진적 증량 전략, HLA-B*5801 검사,
그리고 안전한 약제 선택을 통해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가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CKD 환자에서 통풍 치료는 단순히 통증 조절을 넘어, 삶의 질 향상과 합병증 예방을 위한 필수 관리 요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