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환자분들이 외래 진료실에서 이런 질문을 하십니다.
“선생님, 저도 가끔은 술 한 잔 해도 되나요?”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음주는 늘 조심스러운 주제입니다. 술이 콩팥을 직접적으로 손상시키는 독성 물질은 아니지만, 고혈압·당뇨·심혈관질환 등과 얽히면 콩팥 기능 악화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최신 연구와 임상 경험을 토대로 만성콩팥병 환자의 음주 가이드라인과 실제 생활에서 지켜야 할 팁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 술이 콩팥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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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 기능 저하 가속화
과도한 음주는 혈압을 올리고, 탈수를 유발하며, 장기적으로 사구체(콩팥의 여과기능)를 손상시킵니다.
특히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는 이미 취약한 신장 기능이 더 빨리 악화될 수 있습니다. -
고혈압과의 상호작용
만성콩팥병 환자의 약 70~80%가 고혈압을 동반합니다. 술은 혈압을 단기간 올리고, 장기적으로도 혈압 조절을 방해해 추가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
혈당 변동성 증가
당뇨병성 콩팥병 환자는 알코올 섭취 시 저혈당과 고혈당 모두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인슐린이나 혈당강하제를 복용한다면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 ‘가끔 한 잔’은 괜찮을까?
연구 결과는 엇갈리지만, 최근 리뷰에서는 가벼운 음주가 반드시 해롭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적당량 음주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고 보고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환자 개인의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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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만성콩팥병 환자: 가벼운 음주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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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된 만성콩팥병 환자(3~5기): 체내 수분·전해질 조절이 어려워 술이 큰 부담이 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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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 환자: 혈압·체액·전해질 관리 때문에 더 신중해야 함.
🍸 안전한 음주 기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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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하 남성: 하루 1~2잔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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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또는 여성: 하루 1잔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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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음(한 번에 4~5잔 이상): 절대 피해야 함
👉 여기서 “1잔(one drink)”의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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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355ml (알코올 도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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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150ml (알코올 도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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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소주·보드카 45ml (알코올 도수 40%)
⚠️ 음주 전 꼭 확인해야 할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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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용 중인 약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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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약, 이뇨제, 혈당강하제, 콜레스테롤 약 등은 알코올과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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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설폰요소제 계열 당뇨약은 저혈당 위험을 높이고, 이뇨제와 술을 같이 하면 탈수·전해질 불균형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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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액 제한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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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신부전 환자는 하루 음료 섭취량이 제한됩니다. 이때 술도 ‘하루 섭취 허용 수분’에 포함된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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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질 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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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와 와인은 칼륨·인 함량이 비교적 높아, 투석 환자에게 위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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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위스키 같은 증류주는 상대적으로 칼륨·인이 적어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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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성콩팥병 환자를 위한 음주 실천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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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식사와 함께’: 빈속에 마시면 혈당과 혈압이 급격히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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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충분히 곁들이기: 단, 투석 환자는 담당 의사가 허용한 하루 섭취량을 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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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 선택: 짠 음식(건어물, 튀김, 국물 요리)은 피하고, 삶은 두부·야채 스틱·저염 치즈 등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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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술자리’ → 내일은 휴식과 수분 조절: 연속 음주는 피하고, 회복 시간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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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검진 시 솔직히 말하기: 음주 습관을 숨기지 말고 의료진과 공유해야 안전한 관리가 가능합니다.
📊 환자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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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55세 남성 만성콩팥병 2기
“주 1회, 소주 반 병 정도를 마셔도 되나요?”
→ 혈압과 혈당 조절이 잘 된다면 큰 문제는 없지만, 약물 복용 시간과 겹치지 않게 하고, 폭음은 피해야 합니다. -
사례 2. 68세 여성 투석 환자
“와인 한 잔을 좋아하는데 괜찮을까요?”
→ 와인의 칼륨 함량이 문제가 될 수 있어, 담당 의사와 상의 후 제한적으로만 허용 가능합니다. 대신 위스키 소량으로 대체하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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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량의 술은 일부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허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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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투석 환자나 진행된 만성콩팥병 환자는 전해질·체액·혈압 문제로 인해 음주가 위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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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 맞춤형 판단으로, 담당 의사와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최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