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시대가 달라졌다면 약물의 역할도 달라진다
과거 베타차단제는 심근경색(MI) 이후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대표 약물이었다.
하지만 이 근거의 상당수는 재관류가 일상화되기 전, 스타틴·DAPT·ACEi/ARB이 충분히 사용되지 않던 시기의 연구들이다.
2020년 이후, 특히 고위험군 선별·기계적 재관류·완전 재개통 전략이 표준화된 현재,
“좌심실박출률(LVEF)이 40% 초과하는 환자에서도 베타차단제가 필요한가?”
라는 질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최근 유럽과 미국 양쪽 모두에서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연구가 진행되어 왔고,
2025년 NEJM에 발표된 최신 무작위 임상 연구는 이 문제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2. 최신 대규모 무작위 임상 연구의 핵심 요점
✔ 연구 디자인 요약
-
대상: 침습적 치료를 받은 급성 MI 환자
-
기준: LVEF > 40%
-
비교: 베타차단제 투여 vs. 비투여
-
평균 추적: 약 3.7년
-
주요 평가 변수:
전원 사망 + 재심근경색 + 심부전 입원의 복합 지표
3. 주요 결과: 임상적으로 유의한 이득이 없다
➤ 1) 1차 복합 결과
두 군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 2) 개별 지표
-
전체 사망: 차이 없음
-
재심근경색: 차이 없음
-
심부전 입원: 차이 없음
-
안전성 지표: AV block·뇌졸중 등에서도 유의한 차이 없음
즉, LVEF가 40% 초과하는 MI 환자에서 베타차단제의 지속적 사용은 생존·재발·심부전 예방 측면에서 뚜렷한 이득을 보여주지 않았다.
4. 임상 현장에서의 의미
① 이제 ‘일률적 투여’ 시대는 끝나야 한다
과거 관행처럼 “모든 MI 환자에게 베타차단제 유지”라는 전략은
현재의 근거와 맞지 않는다.
② 좌심실 기능이 정상 또는 약간 저하된 환자에서는 필요성 재검토
-
LVEF ≥ 50%:
이득 없음이 거의 확실 -
LVEF 41–49%:
일부 관찰 연구에서 이득 가능성 제기되었으나,
최근 무작위 연구에서는 명확한 이득을 입증하지 못함
→ 추가 연구 필요
③ 특정 하위군에서의 잠재적 차이
연구에서 일부 하위군(여성, STEMI)에서
‘베타차단제 투여군의 사건률이 오히려 높아 보이는 경향’이 있었으나
-
표본수 적음
-
다중 비교 문제
-
원인 기전 설명 부족
으로 인해 단정적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움
→ 가설 생성 수준으로 판단해야 함
④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한 환자
다음 상황에서는 여전히 베타차단제 사용이 필요할 수 있다:
-
빈맥성 부정맥
-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
협심증(ischemia-driven symptoms)
-
심부전 또는 LVEF ≤ 40%
5. 가이드라인과의 조화: 변화의 과도기
미국·유럽 가이드라인(2024–2025)
-
여전히 Class I 또는 IIa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음
-
단, “향후 임상 연구 결과에 따라 수정 가능”이라는 단서를 명시
즉, 최신 대규모 연구는 가이드라인 개정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6. 진료에서 고려할 점
✔ 1) LVEF ≥ 40%이고 증상 없는 환자
-
장기 유지(>1년)의 이득 불확실 → 중단 고려 가능
✔ 2) 다음 요소가 있다면 유지 고려
-
지속적 심근허혈 증상
-
빈맥성 부정맥(특히 심방세동 rate control 필요)
-
고혈압 조절 필요
-
불안·수면장애 등에서 심박수 감소의 추가 효과 기대 시
✔ 3) 중단 시 주의
-
급격한 중단 금지
-
수주간 점진적 감량 필요
-
협심증 악화 또는 심박수 반동 증가 여부 관찰
“좌심실 기능이 정상인 MI 환자에서, 베타차단제는 ‘필수 치료’가 아니다”
2025년 대규모 무작위 연구는 명확한 메시지를 준다.
“재관류 전략이 확립된 현대 의료 환경에서는, LVEF가 40% 초과하는 심근경색 환자에서 베타차단제를 일률적으로 사용할 근거가 부족하다.”
따라서 향후 진료에서는
환자 맞춤형 접근,
증상과 병태생리 기반의 선택적 투여,
중단 전략의 안전한 적용
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