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전문의가 쉽게 풀어주는 eGFR의 원리와 정확도
사구체여과율 eGFR은 만성콩팥병 진단과 추적에 가장 널리 쓰이는 지표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이 숫자를 얼마나 믿어야 하나요”, “왜 병원마다 다를까요”, “실제 콩팥 기능과 똑같은 건가요”라는 질문을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eGFR은 실제 콩팥 기능을 정확히 측정한 값이 아니라, 혈액 속의 크레아티닌 또는 시스타틴 C를 이용해 수학적 모델로 추정한 값이다.
따라서 완벽한 정확도를 가진 수치는 아니지만, 표준화된 공식과 반복 측정을 통해 임상적으로 충분한 신뢰성을 가진다.
이 글에서는 eGFR이 만들어진 과정, 어떤 원리로 계산되는지, 어느 정도의 오차가 존재하는지, 무엇을 믿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객관적으로 설명한다.
진짜 GFR은 어떻게 측정될까
정확하지만 일상 진료에서 불가능한 검사
원래의 GFR은 이눌린 또는 iohexol, iothalamate 같은 물질을 정맥 주사하고 일정 시간 동안 채혈과 채뇨를 반복해 계산한다.
이런 검사는 정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일상 진료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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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시간이 매우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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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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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측정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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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에서 간단히 시행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실제 GFR 대신 “추정 GFR” 즉 eGFR이 개발되었다.
eGFR은 혈액검사 결과만으로 계산이 가능해 간편하고, 환자에게 경제적인 부담도 적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표준 도구가 되었다.
eGFR 공식의 탄생 과정
MDRD에서 CKD EPI로 발전한 역사
eGFR은 단순한 산술 계산이 아니라 대규모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통계 모델이다. 가장 널리 사용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은 순서를 거쳐 발전했다.
MDRD 공식 1999년
MDRD 연구는 약 1600명의 만성콩팥병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되었다. 혈중 크레아티닌과 나이, 성별을 기반으로 GFR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확실한 사실은 MDRD 공식이 처음으로 널리 사용된 eGFR 공식이었지만, 정상 콩팥 기능을 가진 사람이나 GFR이 높은 사람에서는 부정확했다.
이는 연구 대상이 대부분 만성콩팥병 환자였기 때문이다.
CKD EPI 공식 2009년
CKD EPI는 건강한 사람과 콩팥병 환자를 모두 포함한 8000건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해 개발된 공식이다.
확실한 사실은 CKD EPI가 MDRD보다 정확도가 높고, 특히 GFR이 높은 사람에서 과소평가되는 문제를 개선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2012년 KDIGO 가이드라인에서 CKD EPI가 공식적으로 권고되었다.
CKD EPI 2021년 개정판
2021년에는 인종 변수를 삭제한 새로운 버전이 개발되었고 미국과 여러 국가에서 널리 채택되었다.
확실하지 않은 점은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에서 이 공식을 가장 정확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여러 연구가 있지만 완전히 일치된 결론은 없다. 하지만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가 많아 일반 진료에서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eGFR은 얼마나 정확할까
P30 개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eGFR의 정확도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P30이다.
P30은 “eGFR이 실제 GFR과 비교해 ±30% 이내에 들어가는 비율”을 뜻한다.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공식의 성능을 평가할 때 가장 널리 쓰인다.
확실한 정보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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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D EPI 공식의 P30은 대략 8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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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RD 공식은 65~85%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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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타틴 C 단독 또는 크레아티닌과 시스타틴 C를 함께 사용하면 정확도가 더 올라갈 수 있음
예를 들어 실제 GFR이 60일 때 ±30% 범위는 42~78이다.
따라서 eGFR이 55가 나왔다면 실제 GFR이 정확히 55라는 뜻이 아니라, 대략 42에서 78 사이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 점을 환자와 의료진 모두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신뢰해도 되는 부분
과학적으로 확실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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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D 진단과 진행 평가에서 eGFR은 국제적으로 표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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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D EPI 공식은 대규모 연구에서 일관된 성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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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따른 변화, 즉 eGFR의 경사도는 단일 측정보다 훨씬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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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병 진행 예측과 심혈관 위험 평가에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가 많다
다시 말해 수치는 절대적이지 않지만, 경향성은 매우 신뢰할 수 있다.
신뢰하기 어려운 부분
오차가 증가하는 상황은 명확하다
아래 상황에서는 eGFR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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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량이 적거나 많은 경우
근육량이 많으면 크레아티닌이 높게 나와 eGFR이 실제보다 낮게 나온다. 반대로 근육량이 적으면 eGFR이 실제보다 높게 나올 수 있다. -
급성 신손상
크레아티닌은 신기능 변화를 즉각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급성 신손상이 있는 환자에서는 eGFR이 거의 의미가 없다. -
고령 환자
고령 환자는 근육량 감소와 대사 변화로 인해 오차가 커질 수 있다. -
임신
임신은 생리적 변화가 크기 때문에 기존 eGFR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
고여과 상태
고여과 Glomerular hyperfiltration 상태에서는 GFR이 실제 120 이상일 수도 있지만 eGFR은 이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시스타틴 C를 추가하거나 두 지표의 평균값을 활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다만 동일인에서도 시스타틴 C가 완벽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은 확실하지 않음으로 남는다.
임상에서 eGFR을 해석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
단일 수치보다 변화 추세에 집중해야 한다
eGFR을 올바르게 해석하려면 두 가지 원칙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첫째, 절대 수치는 대략적인 범위일 뿐이다
eGFR 55는 실제 GFR이 38~71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 수치를 단편적으로 해석하면 오해가 생긴다.
둘째, 반복 측정으로 추세를 평가해야 한다
3개월 또는 6개월 간격으로 측정해 변화 속도를 보는 것이 훨씬 정확하다.
이것은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확실하게 권고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1년에 eGFR이 5 이상 떨어지면 콩팥 기능의 빠른 감소를 의심할 수 있다.
eGFR은 불완전하지만, 충분히 신뢰해도 되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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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FR은 실제 GFR을 대신하기 위해 개발된 과학적 추정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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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D EPI 공식은 국제적으로 표준이며 P30 80~90%의 좋은 성능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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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량, 급성 신손상, 고령, 임신에서는 오차가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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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자체보다 변화 추세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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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경우 시스타틴 C 또는 평균값을 활용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즉, eGFR은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콩팥 기능의 방향과 변화를 읽기 위한 나침반”에 가깝다.
완벽하진 않지만, 반복 측정과 상황에 맞는 보완 검사를 병행하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