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음료, ‘활력의 상징’인가 ‘대사질환의 시작’인가
하루가 짧고 피로가 누적될수록 손이 가는 음료가 있습니다. 바로 에너지음료입니다.
광고에서는 집중력 향상, 피로 회복, 활력 증진을 강조하지만, 실제 성분을 보면 당분과 카페인, 인공첨가물이 조합된 고자극성 음료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각성 효과를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혈당 조절 장애, 고혈압, 신장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 에너지음료가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이고, 콩팥 손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결과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당분 과잉이 만드는 혈당 폭등
일반적인 에너지음료 한 캔(250~350mL)에는 평균 당 25~40g이 들어 있습니다.
이는 각설탕 6~10개에 해당하며,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자유당 섭취 한도(25g)를 단 한 캔으로 초과합니다.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면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고, 반복적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깁니다.
인슐린이 충분히 분비돼도 작용하지 않게 되면, 결국 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에너지음료의 높은 당 함량은 단순히 “열량 과다”의 문제가 아니라, 대사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주범입니다.
식후 혈당이 급등한 뒤 급격히 떨어지면 피로감, 불안, 폭식 충동이 이어지고, 이는 다시 음료나 단 음식 섭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됩니다.
2. 카페인의 혈당 및 인슐린에 대한 영향
카페인은 각성 효과 외에도 혈당 상승 작용을 가집니다.
섭취 후 30분 이내에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간에서 포도당 방출이 증가하고, 동시에 근육의 인슐린 감수성이 일시적으로 떨어집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일시적인 반응에 그치지만, 당뇨병 환자에게는 의미가 다릅니다.
에너지음료 한 캔만 마셔도 식후 혈당이 20~40mg/dL 상승하는 사례가 보고되었고, 특히 인슐린 치료 중인 사람은 혈당 변동 폭이 커집니다.
게다가 카페인 섭취는 수면 질 저하와 교감신경 항진을 유발해 혈압과 스트레스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혈당 조절 능력을 더욱 떨어뜨립니다.
3. ‘제로칼로리’ 제품도 안전하지 않다
무가당, 제로칼로리 에너지음료는 겉보기엔 건강해 보이지만,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아세설팜K 같은 인공감미료가 들어 있습니다.
이 감미료들은 장내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리고, 포도당 대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2023년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 연구에서는 인공감미료가 장내 유익균을 감소시키고,
결과적으로 포도당 내성 저하와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즉, 설탕을 피하려고 선택한 ‘제로’ 음료가 오히려 대사 기능을 교란시킬 수 있습니다.
4. 신장(콩팥)에 미치는 영향: 탈수와 혈류 감소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촉진합니다.
소변량이 증가하면서 체내 수분이 줄고, 신장으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합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콩팥 기능이 이미 저하된 사람에게는 상황이 다릅니다.
수분이 부족해지면 혈액이 끈적해지고, 사구체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어 사구체 손상(glomerular injury)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성 콩팥병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단 한 캔의 에너지음료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5. 당분과 인슐린 과잉이 만드는 사구체 과여과
혈당이 자주 높아지면 인슐린 분비가 늘어나고, 이는 신장 내 혈류를 증가시킵니다.
그 결과 나타나는 것이 사구체 과여과(glomerular hyperfiltration)입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사구체가 과도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손상되어,
결국 사구체 경화(glomerulosclerosis)로 진행하게 됩니다.
초기에는 혈액검사 결과가 정상이더라도,
사구체 과여과가 누적되면 점차 사구체여과율(eGFR)이 떨어지고, 만성콩팥병으로 이어집니다.
6. 인공첨가물과 인산염의 신독성 가능성
많은 에너지음료에는 인공색소, 방부제, 인산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인산염은 pH 조절과 맛 개선을 위해 첨가되지만, 신장 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는 위험합니다.
콩팥이 인을 배출하지 못하면 혈중 인 수치가 올라가 고인산혈증이 발생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 석회화, 뼈 손상, 2차성 부갑상선항진증 등 합병증이 생깁니다.
즉,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인산이 든 음료는 ‘보이지 않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7. 고혈압과 심혈관 부작용
에너지음료 섭취 후 1~2시간 이내에 수축기 혈압이 평균 5~10mmHg 상승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카페인과 당분이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심박수를 높이고 혈관 수축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고혈압이 악화되고, 결국 신장에 부담을 줍니다.
특히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고혈압은 질병 진행의 가장 큰 위험 인자이므로,
에너지음료 섭취는 질병 악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습니다.
8. 투석 환자에게는 거의 금기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는 에너지음료 섭취를 피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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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제품은 칼륨 함량이 높아 고칼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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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함량이 표시되지 않아 관리가 어렵고, 혈중 인이 쉽게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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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대사가 느려져 불면, 심계항진, 근육경련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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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수로 인해 투석 중 혈압이 급격히 떨어질 위험
 
따라서 피로감을 느낄 때 에너지음료 대신 수분 보충, 가벼운 스트레칭, 단백질 간식이 훨씬 안전합니다.
9. 건강한 대체음료 추천
| 상황 | 추천 대체음료 | 설명 | 
|---|---|---|
| 피로할 때 | 무가당 요거트, 저지방 우유 | 단백질과 칼슘 보충, 포만감 유지 | 
| 집중력 필요할 때 | 블랙커피, 녹차 | 항산화 효과, 카페인 적정량 | 
| 운동 전후 | 저나트륨 전해질 음료 | 수분 및 전해질 균형 유지 | 
| 스트레스 받을 때 | 캐모마일차, 보리차 | 진정 효과, 무카페인 | 
이러한 대체 음료는 혈당과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신장에도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10. 에너지음료 섭취를 줄이는 실천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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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할 때 에너지음료 대신 물 한 컵으로 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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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카페인 총량을 400mg 이하(커피 3~4잔 수준)로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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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이후 카페인 섭취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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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시간 7시간 이상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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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한 식사나 단 음식 습관 개선
 
습관을 바꾸면 피로감은 줄고, 혈당과 신장 수치는 안정됩니다.
11.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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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음료는 고당분·고카페인으로 혈당과 혈압을 급격히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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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섭취 시 인슐린 저항성과 사구체 과여과를 유발해 콩팥 손상을 가속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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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첨가물과 인산염은 신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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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고혈압,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는 사실상 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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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대체 음료와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가장 확실한 피로 회복 방법이다.
 
참고 문헌
- 
World Health Organization. Guideline: Sugars Intake for Adults and Children, 2023.
 -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Coffee, Caffeine, and Health, 2024.
 - 
Davido G. et al., “Energy Drink Consumption and Health Risks,” Medscape, 2025.
 - 
Kidney International Reports, “Caffeine and Renal Hemodynamics,” 2022.
 
에너지음료는 단기적으로 피로를 줄여주는 듯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당뇨병 악화와 콩팥 손상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혈당을 안정시키고 콩팥을 지키려면, 당분과 카페인이 많은 음료 대신 수분, 전해질, 단백질이 균형 잡힌 대체 음료를 선택해야 합니다.
활력을 얻는 가장 건강한 방법은 에너지음료가 아니라,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식사, 그리고 꾸준한 운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