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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건강하게 음식을 먹는 것이 어려운가

 

1. 건강한 음식이 ‘맛없게’ 느껴지는 이유

‘건강하게 먹어야지’라고 다짐해도, 냉장고 속 케이크가 눈앞에 보이면 마음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이는 우리의 유전자가 생존을 위해 설계된 방식 때문입니다.

과거 인류는 식량이 부족한 환경에서 진화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지방, 당류)을 찾아 먹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습니다. 이 때문에 인간의 뇌는 “달고, 기름지고, 짠 음식”을 보상으로 인식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이러한 본능은 현대에도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음식이 과잉인 시대이기 때문에, 과거 생존에 도움이 되었던 유전적 특성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일부 사람은 FTO 유전자(Fat Mass and Obesity-Associated gene) 변이를 가지고 있어, 포만감을 느끼기 어렵고 고지방 음식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FTO 유전자 변이가 있는 사람은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더 강한 식욕을 느끼고, 식사 후에도 쉽게 배가 고프다고 보고합니다.


2. ‘의지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이유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먹지 못하는 이유를 ‘의지 부족’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생리적·유전적 요인을 간과한 판단입니다.

우리의 뇌 보상회로(reward system)는 음식 섭취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히 도파민(dopam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은 음식을 먹을 때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달콤한 음식은 도파민 분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데, 이때 뇌는 “이 음식을 다시 먹어야 한다”고 학습합니다.

문제는 일부 사람의 DRD2(도파민 수용체) 유전자가 변이되어 있어, 도파민의 보상 효과를 충분히 느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같은 만족감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폭식’이나 ‘야식 중독’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유전적으로 강화된 행동 패턴일 수 있는 이유입니다.


3. 유전자가 만든 ‘맛의 선호도’

맛의 선호도 또한 유전자의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TAS2R38 유전자는 쓴맛 수용체를 조절합니다.

이 유전자가 예민한 사람은 브로콜리, 케일, 콩나물처럼 쓴맛이 강한 음식을 불쾌하게 느끼기 쉽습니다.

반대로 쓴맛 감지 능력이 약한 사람은 커피나 다크초콜릿 같은 음식도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유당 분해 효소(LCT) 유전자가 부족하면 우유를 마셨을 때 복통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사람은 자연스럽게 유제품을 피하게 되어 영양 불균형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즉, “좋은 음식”이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닙니다 — 유전적 개인차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4. 현대 환경이 유전자의 함정을 자극한다

문제는 우리의 환경이 이 유전적 취약점을 자극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패스트푸드, 디저트, 야식 배달 서비스는 ‘즉각적인 보상’을 제공합니다.

뇌는 이런 빠른 보상에 쉽게 길들여지고, 건강한 식단(예: 채소, 통곡물, 생선)처럼 서서히 만족감을 주는 음식에는 반응이 약합니다.

또한 스마트폰 광고, 유튜브 음식 콘텐츠, 냄새 자극은 시각·후각적 유혹으로 작용해

‘먹고 싶다’는 욕구를 지속적으로 자극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유전적으로 도파민 보상이 강한 사람은

마치 “뇌가 음식을 원하도록 설계된 것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5. 유전적 요인을 이해하면 실천이 쉬워진다

유전자는 바꿀 수 없지만, 환경과 습관을 조절함으로써 그 표현(발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를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 식사 패턴의 안정화는

유전자 발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다음은 유전적 식습관 경향을 보완하는 실천 팁입니다.

문제 요인

관련 유전자

행동 전략

식욕이 강하고 단 음식 선호

FTO

단백질 섭취 늘리기, 포만감 유도 식사(채소+수분)

폭식 경향, 도파민 보상 과민

DRD2

스트레스 상황에서 명상, 산책으로 대체

쓴맛에 민감

TAS2R38

조리법 변경(구이, 드레싱 활용), 허브로 맛 조절

유당 불내증

LCT

유당 제거 우유, 요거트로 대체

나트륨 민감성

SLC4A5

짠 음식 줄이고 칼륨 풍부한 과일 섭취

이처럼 “내 몸의 유전적 코드”를 이해하면, 의지만으로 버티는 식단이 아니라 내 몸에 맞는 식단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6. 개인 맞춤 영양 시대의 도래

최근에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개인의 식이 민감도, 포만감 반응, 카페인 대사 속도, 비타민 흡수율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 ‘개인 맞춤 영양’(precision nutrition)의 기초가 됩니다.

예를 들어, FTO 유전자 변이가 있는 사람은 고지방 다이어트보다 지중해식 식단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있습니다.

또한, 나트륨 감수성이 높은 사람은 저염식이 혈압 조절에 훨씬 유리하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7. 의지를 탓하지 말고, 환경과 전략을 바꾸자

건강하게 먹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나약해서”가 아니라 유전자와 뇌의 신호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제력 강화’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 조절입니다.

유혹이 되는 음식을 눈에 보이지 않게 두기

식사 전 물 한 잔 마시기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으로 도파민 보상 전환

식단을 완벽하게 바꾸기보다, 하루 한 끼만 건강하게 바꾸기

이처럼 작은 변화가 뇌의 보상 회로를 다시 훈련시켜, 점차 건강한 선택을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만듭니다.


우리가 건강하게 먹기 어려운 것은 유전적 본능, 뇌의 보상 시스템, 현대 환경의 유혹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유전적 경향을 이해하고, 환경과 습관을 조절하면 건강한 식습관은 충분히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의지가 아닌 이해”에서 시작되는 식습관 변화가 진정한 건강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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