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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투석 환자의 만성 통증, 수치로 설명되지 않는 고통을 마주해야 할 때

왜 혈액투석 환자의 통증은 여전히 ‘주변 문제’로 남아 있을까

혈액투석 진료는 오랫동안 의료진 중심의 생화학적 지표를 기준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Kt/V, 인(phosphate), 헤모글로빈, 전해질 수치는 정확히 관리되지만, 정작 환자가 매일 겪는 통증·피로·불안은 진료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환자의 하루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검사 수치가 아니라

  • 관절이 쑤시는 통증

  • 다리가 저려 잠들기 어려운 밤

  • 투석 후 몰려오는 극심한 피로감
    인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American Journal of Kidney Diseases에 실린 한 사설은 이러한 기존 패러다임의 한계를 정면으로 지적합니다.


혈액투석 환자의 만성 통증, 얼마나 심각한가

다기관 임상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반복적으로 관찰됩니다.

  • 통증 지속 기간: 대부분 1년 이상

  • 통증 빈도: 약 75%가 매일 통증 경험

  • 통증 부위: 평균 8곳 이상

  • 흔한 통증 유형

    • 근골격계 통증: 거의 대부분

    • 신경병성 통증: 약 2/3

    • 허리, 무릎, 하지 통증이 특히 흔함

이미 진통제, 물리치료, 보조요법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통증 강도와 일상생활 방해 정도는 중등도 이상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결과는 “치료를 안 해서가 아니라, 치료 방식 자체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통증은 혼자 오지 않는다: ‘증상 군집’이라는 관점

혈액투석 환자의 통증은 독립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연구에서 통증은 다음 증상들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 만성 피로

  • 우울 증상

  • 불안

  • 수면 장애

  • 통증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통증 재앙화)

이처럼 여러 증상이 동시에 묶여 나타나는 현상을 ‘증상 군집(symptom cluster)’이라고 합니다.

이는 암 환자나 만성 통증 질환에서도 이미 잘 알려진 개념입니다.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통증만 줄이려고 해도, 피로·불안·우울이 그대로라면 환자의 삶은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


검사 수치보다 더 강력한 요인: 사회·심리적 요소

흥미로운 점은 통증의 심각성을 가장 잘 설명한 요인이

투석 적절도, 동반 질환 수 보다도, 성별, 인종·사회경제적 배경, 우울·불안 수준

같은 사회·심리적 요인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통증이 단순한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생물–심리–사회적 현상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줍니다.

특히 여성, 사회적 취약 계층에서 통증 부담이 더 컸다는 점은
의료 접근성, 의사–환자 소통, 문화적 요인까지 함께 고려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임상에서는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1️⃣ 통증을 ‘측정 대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혈압, 체중처럼 표준화된 통증 설문, 피로·우울 스크리닝정기 진료에 포함해야 합니다.

2️⃣ 약물만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진통제 증량은 한계가 있습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접근이 병행될 때 효과가 큽니다.

인지행동치료 기반 통증 대처 훈련, 마음챙김, 이완 요법, 안전한 범위의 운동 프로그램

이는 통증뿐 아니라 피로·불안까지 함께 개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3️⃣ 다학제 팀이 필요하다

혈액투석실은 더 이상 기계 중심 공간이 아니라

의사 , 간호사, 사회복지사 , 정신건강 전문가  가 함께 개입하는 생활 의료의 현장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방향은 이미 Kidney Disease: Improving Global Outcomes에서도 강조된 바 있습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자주 만나는 장면

“수치는 괜찮다는데, 저는 하루가 너무 힘들어요.”

“통증 때문에 투석 오는 날이 더 무서워요.”

이 말은 치료 실패가 아니라, 치료 목표 설정이 환자와 어긋나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환자에게는

  • 오래 사는 것만큼

  • 덜 아프게, 덜 지치게 사는 것
    이 중요합니다.


혈액투석의 성공 기준은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성공은 수치, 생존율, 합병증 발생률 로 정의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환자에게 진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을 견딜 만했는가?”

혈액투석 환자의 만성 통증은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현재 의료 모델의 한계를 드러내는 신호입니다.

통증을 중심에 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환자의 삶 전체를 치료하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 혈액투석 환자의 만성 통증은 매우 흔하고 심각함

  • 통증은 피로·우울·불안과 함께 ‘증상 군집’으로 나타남

  • 검사 수치보다 사회·심리적 요인이 통증에 더 큰 영향

  • 약물 중심 접근을 넘어 통합적 관리가 필요

  • 환자 중심 치료의 핵심은 “덜 아프게 사는 것”


참고문헌

Fischer MJ, Hsu JY, Walsh J, et al. Chronic pain locations, characteristics, and associations with other symptoms in adults receiving maintenance hemodialysis: Findings from the HOPE Consortium trial. American Journal of Kidney Diseases. 2026;87(2):182–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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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투석 환자의 만성 통증, 수치로 설명되지 않는 고통을 마주해야 할 때”의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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