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도스테론의 역할과 문제점
알도스테론은 부신피질에서 분비되어 나트륨을 보존하고 칼륨을 배출하는 호르몬이다.
혈압과 체내 수분 조절에는 꼭 필요하지만, 오랫동안 과다하게 분비되면 문제가 된다.
심장과 콩팥의 세포가 이 호르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염증과 섬유화가 발생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심부전과 만성콩팥병으로 이어진다.
한 60대 남성 환자는 고혈압과 부종으로 내원했다.
검사 결과 혈중 알도스테론 수치가 높고, 소변 단백이 증가한 상태였다.
ACE 억제제와 이뇨제를 복용 중이었지만 단백뇨가 계속 악화되고 있었다.
이는 알도스테론이 차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콩팥을 자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도한 알도스테론은 사구체의 압력을 높이고, 단백뇨를 증가시켜 콩팥 손상을 악화시킨다.
2. 왜 기존 치료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고혈압이나 심부전 환자에게는 주로 ACE 억제제나 ARB를 사용한다.
이 약들은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RAAS)을 억제하지만, 장기간 복용 시 알도스테론이 다시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알도스테론 도피(escape)’라고 한다.
이 현상이 생기면, 혈압은 정상이어도 염증과 섬유화는 계속 진행된다.
그 결과, 심부전 환자는 입원이 반복되고, 만성콩팥병 환자는 사구체여과율이 빠르게 떨어진다.
따라서 단순히 혈압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알도스테론 자체의 작용을 억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3. 알도스테론을 막는 두 가지 방법
1)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 (MRA)
MRA는 알도스테론이 세포 수용체에 결합하지 못하도록 막는 약물이다.
기존의 스테로이드계 약물인 스피로놀락톤과 에플레레논이 대표적이다.
이 약들은 심부전 환자의 생존율을 높였지만, 고칼륨혈증이나 여성형 유방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이후 개발된 비스테로이드계 약물 피네레논은 훨씬 선택적으로 작용하며 부작용이 적다.
2020년과 2021년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FIDELIO-DKD, FIGARO-DKD)에서 피네레논은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콩팥병 환자에게서 신기능 악화를 18%, 심혈관 사건을 13% 감소시켰다.
또한 2024년 발표된 FINEARTS-HF 연구에서는 심박출률이 보존된 심부전(HFpEF) 환자에서도 입원률과 사망률을 낮췄다.
임상 팁:
피네레논은 기존의 스피로놀락톤보다 고칼륨 위험이 낮지만,
eGFR이 25mL/min/1.73m² 이하이거나 혈중 칼륨이 5.0 mmol/L 이상이면 투여 전 주의가 필요하다.
복용 후 4주 이내에 칼륨 수치를 반드시 재검사해야 한다.
2) 알도스테론 합성 억제제 (Aldosterone Synthase Inhibitor, ASI)
기존 MRA가 수용체를 막는다면, ASI는 알도스테론 자체의 생성을 줄인다.
부신에서 알도스테론을 만드는 효소인 CYP11B2를 억제하여 혈중 농도를 직접 낮추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Baxdrostat, Lorundrostat, Vicadrostat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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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xdrostat는 치료저항성 고혈압 환자에서 수축기혈압을 8~11mmHg 낮추었고, 고칼륨혈증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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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undrostat는 50mg 복용군에서 혈압이 10mmHg 이상 감소했으며, 부신 기능 저하가 보고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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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adrostat는 엠파글리플로진과 병용 시 단백뇨를 줄이는 효과를 보였으며, 대규모 임상시험(EASi-KIDNEY)에서 심장·콩팥 보호 효과를 평가 중이다.
이 약물들은 고혈압, 단백뇨, CKD 진행을 동시에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MR 수용체를 건드리지 않아 호르몬 관련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사례:
한 70대 여성 CKD 3기 환자는 ARB 복용 중에도 혈압이 150/90mmHg으로 조절되지 않았다.
시험적으로 ASI 계열 약물을 병용하자 수축기혈압이 135mmHg으로 감소했고,
칼륨 수치는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4. MR 부분 작용제: 새로운 균형 찾기
Balcinrenone은 MR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고, 부분적으로만 억제하는 약물이다.
즉, 필요한 생리적 기능은 유지하면서 과도한 활성만 줄이는 개념이다.
동물 연구에서는 단백뇨를 줄이고 사구체 구조를 보호했으며,
사람 대상 초기 연구에서도 부작용이 적었다.
현재 심부전과 CKD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BalanceD-HF, MIRO-CKD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임상 팁:
MR을 과도하게 차단하면 탈수나 저혈압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부분 작용제 + SGLT2 억제제’ 병용이 안전성과 효과를 모두 충족시킬 가능성이 높다.
5. 병용치료의 시너지: 심장과 콩팥을 함께 보호
최근 연구들은 단일 약물보다 병용 요법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보고한다.
SGLT2 억제제, GLP-1 수용체 작용제, 피네레논을 함께 사용할 경우
심혈관 사망 27%, 심부전 입원 47%, CKD 진행 49%, 전체 사망 25% 감소 효과가 있었다.
환자 관리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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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LT2 억제제는 혈당 조절 외에도 신장 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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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네레논과 병용 시 단백뇨 감소가 뚜렷하며,
신기능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
단, 병용 시 초기 일시적인 eGFR 저하는 정상 반응일 수 있으므로
약을 중단하지 말고 추적검사를 권장한다.
6. 생활습관에서 할 수 있는 실천법
알도스테론 활성은 식습관과 체중에도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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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분 섭취가 많으면 알도스테론 분비가 증가하므로 하루 5g 미만의 저염식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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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감량은 혈중 알도스테론 농도를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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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환자는 복부 지방에서 알도스테론 합성 효소가 활성화되므로,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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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칼륨 식품(토마토, 바나나, 멜론)은 칼륨 수치가 높을 때 피하고,
식이 조절은 반드시 담당의와 상의해야 한다.
7. 심장-콩팥 연속체 개념의 중요성
심부전과 만성콩팥병은 서로를 악화시키는 관계다.
알도스테론은 이 두 질환의 공통 병태에 깊이 관여한다.
즉, 콩팥의 손상은 체액 과부하와 혈압 상승을 유발하고,
심부전은 다시 콩팥으로의 혈류를 줄여 손상을 심화시킨다.
따라서 치료의 목표는 하나의 장기가 아닌
‘심장과 콩팥을 동시에 보호하는 통합 관리’가 되어야 한다.
비스테로이드계 MRA, ASI, SGLT2 억제제는 그 중심에 있다.
8. 결론: 조절된 알도스테론 억제의 시대
알도스테론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지만, 과도한 활성은 질병의 근원이 된다.
이제 치료의 목표는 단순 차단이 아니라 ‘균형 잡힌 조절’이다.
피네레논과 같은 비스테로이드계 수용체 길항제,
Balcinrenone 같은 부분 작용제,
그리고 Baxdrostat 같은 합성 억제제는
심장과 콩팥을 동시에 보호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앞으로는 환자의 콩팥기능(eGFR), 단백뇨(UACR), 혈중 칼륨,
그리고 당뇨병 유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인별 알도스테론 억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접근은 단순히 혈압을 낮추는 치료를 넘어,
심장과 콩팥이 함께 회복되는 통합 관리의 시대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