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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환자, 주 2회 투석도 안전할까? 덜 자주, 더 편안한 투석을 향한 새로운 근거 – DLITE 연구 리뷰


1. 고령 투석 환자, 모두가 ‘주 3회’가 필요할까?

혈액투석은 일반적으로 주 3회, 회당 약 4시간이 표준으로 시행됩니다.

하지만 이 기준은 수십 년 전 연구를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주로 중년의 상대적으로 건강한 환자를 중심으로 설정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80세 전후의 고령 투석 환자도 같은 기준을 따라야 할까요?

캐나다 Queen’s University 연구팀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DLITE 연구(Dialysis Less Frequently in the Elderly Trial)를 진행했습니다.

이 연구는 단순히 생존율뿐 아니라 삶의 질(QOL)을 중심으로 투석 빈도를 재검토한 세계 최초의 무작위 대조시험(RCT)입니다.


2. 연구 설계: 노인을 위한 ‘덜 자주 하는 투석’의 실현 가능성

DLITE 연구는 70세 이상, 새로 혈액투석을 시작한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이들은 무작위로 주 2회 투석군(20명)과 주 3회 투석군(20명)으로 배정되어 9개월간 추적 관찰되었습니다.

연구의 주요 목적은 다음 두 가지였습니다:

  1. 실행 가능성(Feasibility) — 실제로 이런 연구가 노인 환자에게서 가능할까?

  2. 안전성(Safety) — 덜 자주 투석해도 고칼륨혈증이나 체액 과다가 생기지 않을까?

연구팀은 투석 전후의 혈청 칼륨, 체중, 입원율, 삶의 질 설문(SF-36, ESAS-r) 등을 면밀히 추적했습니다.

특히 환자의 잔여 신기능(residual kidney function)도 함께 평가하여, 남은 신장 기능이 어느 정도 보호되는지도 관찰했습니다.


3. 주요 결과: 놀라울 만큼 안전한 ‘주 2회 투석’

높은 순응도와 안정된 혈액검사 결과

  • 연구 참여자의 99%가 투석 일정에 충실히 따랐고,
    96%가 삶의 질 설문을 끝까지 작성했습니다.

  • 혈청 칼륨 정상 유지율은 주 2회군 89%, 주 3회군 90%로 거의 동일했습니다.

  • 체중 초과(1kg 이상) 발생은 주 2회군 9.6%, 주 3회군 4.5%로 약간 차이가 있었지만 임상적으로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삶의 질(QOL) 개선

  • *Edmonton Symptom Assessment Scale(ESAS-r)*로 평가한 결과,
    주 2회 투석군의 56%에서 증상 점수가 개선된 반면,
    주 3회군은 42%만이 개선을 보였습니다.

  • SF-36의 정신 및 신체 건강 점수는 두 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지만,
    주 2회 투석군의 삶의 만족도는 더 높게 보고되었습니다.

중대한 이상반응 거의 없음

  • 긴급 투석이 필요한 경우는 단 2건(고칼륨 1건, 체액과다 1건)뿐이었고,
    두 건 모두 일시적이었습니다.

  • 연구 기간 중 사망은 각 군에서 1명씩 발생했으며,
    모두 신장 외적 요인(감염, 완화치료 중단)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DLITE 연구는 주 2회 투석이 노인 환자에게 충분히 안전하고 실현 가능한 전략임을 입증했습니다.


4. 왜 덜 자주 투석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령 환자는 신장 기능 저하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 허약(frailty), 우울증, 식욕부진 등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매주 세 번 병원 방문은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매우 큽니다.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주 2회 투석이 이점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 에너지 소모 감소: 투석 후 피로와 저혈압 빈도가 줄어듦

  • 남은 신장 기능 보존: 덜 자주 투석할수록 urine output 유지

  • 의료비 절감: 의료 시스템과 환자 가족 모두의 부담 감소

  • 삶의 질 향상: 병원 외의 시간을 더 많이 확보

특히 DLITE 연구에서 요량이 오히려 증가한 환자도 있었다는 점은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이는 적극적인 이뇨제(furosemide) 사용과 체액 관리 교육 덕분으로 보입니다.


5. 단, 모든 노인에게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연구는 분명한 한계도 있습니다.

  • 단일 기관(캐나다 Kingston) 연구이며, 대상자 수가 40명으로 적었습니다.

  • 잔여 신기능이 거의 없는 환자심한 부종·심부전 환자는 제외되었습니다.

  • 투석 초기 3개월 이내의 급성기 환자도 제외되었기 때문에,
    “안정기에 접어든 노인 환자”에 한정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따라서 주 2회 투석을 무조건 적용하기보다는,

  • 고령이면서 체액 조절이 잘 되고,

  • 칼륨 수치가 안정적이며,

  • 소변이 일정량 유지되는 환자에게만 고려해야 합니다.


6. 향후 과제: QOL과 생존율을 동시에 고려한 처방

DLITE 연구는 다음 세 가지 메시지를 남깁니다:

  1. 주 2회 투석은 안전하며, 고령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2.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처방을 적용하는 ‘one-size-fits-all’ 시대는 끝났다.

  3. 의료진은 생존뿐 아니라 ‘삶의 의미’까지 고려해야 한다.

현재 캐나다와 유럽에서는 이 연구를 바탕으로 다기관 3상 연구가 준비 중이며,
삶의 질(QOL)과 경제성, 사망률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할 예정입니다.


7. 결론

DLITE 연구는 단순히 투석 횟수를 줄이는 실험이 아닙니다.
이는 “환자의 삶을 중심에 두는 투석 의학”으로의 전환을 상징합니다.

고령 환자가

“하루라도 덜 병원에 가고, 조금 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 라고 말할 때,
의료진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그 선택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덜 자주, 더 편안한 투석’


이 문장은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노인 환자의 삶과 의료의 방향을 동시에 담은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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