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왜 ‘KFRE’에 주목해야 할까?
만성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CKD)은 조용히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투석이 필요해지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미래의 투석 가능성을 숫자로 예측할 수 있는 도구, 바로 **KFRE (Kidney Failure Risk Equation)**가 등장하면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KFRE는 실제 진료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한국 환자에게도 적용 가능한지, 이 도구를 활용하려면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결과를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KFRE란 무엇인가?
KFRE는 2011년 캐나다의 Nephrologist인 Navdeep Tangri 박사팀이 개발한 예측 도구입니다. 이 방정식은 2년 또는 5년 이내에 말기신부전(투석 또는 이식)이 발생할 확률을 퍼센트(%)로 예측해줍니다.
이 도구의 강점은 단순히 eGFR 수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여러 검사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CKD 3~4기 환자들 중에서도 누가 실제로 위험한지, 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지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KFRE 계산에 필요한 8가지 항목
KFRE는 다음 8가지 항목을 바탕으로 계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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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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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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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체여과율(eG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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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청 알부민 (Albu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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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청 중탄산염 (Bicarbon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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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청 인 (Phosph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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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청 칼슘 (Calc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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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UACR)
이 항목들은 모두 일반 내과나 신장내과 외래에서 쉽게 검사 가능한 항목입니다. 특히, UACR은 소변 단백이 포함되므로 CKD의 진행 가능성을 예측하는 핵심 지표로 간주됩니다.
👉 KFRE 계산기 사용 링크: https://www.kidneyfailurerisk.com
실제 사례로 보는 KFRE 활용
사례 1: 같은 eGFR, 전혀 다른 위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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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A (남성, 7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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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FR: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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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CR: 1800m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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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in: 3.5g/dL
→ KFRE 2년 투석 위험도: 38% (고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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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B (여성, 6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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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FR: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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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CR: 80m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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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in: 4.1g/dL
→ KFRE 2년 투석 위험도: 4% (저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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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환자 모두 eGFR이 25~30 수준이지만, 실제 위험도는 전혀 다릅니다. KFRE는 단순 eGFR로는 보이지 않던 위험의 차이를 드러냅니다.
KFRE, 한국인에게 적용 가능한가?
🔍 KFRE는 국제적으로 검증된 도구입니다
KFRE는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다국적 코호트를 대상으로 검증되었으며, JAMA에 실린 메타분석에 따르면 예측 정확도(AUC)가 0.90 이상으로 매우 뛰어났습니다.
🇰🇷 한국에서도 활용 가능성 높음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는 아직 부족하지만,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일부 병원에서 소규모 환자 대상의 적용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게다가 KFRE에서 사용하는 변수들은 모두 국내 건강검진 또는 외래에서 흔히 시행하는 검사 항목입니다.
단, UACR 수치나 알부민 수치에 인종 간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절대 수치보다는 고/중/저 위험군으로 분류하여 활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KFRE를 실제 진료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1. 고위험 환자 선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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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RE 2년 투석 위험도 > 20%인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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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F(동정맥루) 조기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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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 교육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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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약물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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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위험 환자는 자원 최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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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RE < 5% 환자는 안정적 경과 가능성이 높아, 검사 빈도 조절이나 비용 부담 최소화에 활용 가능
3. 의사-환자 간 의사소통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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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기반 예측은 환자에게 위기의식을 주고, 생활습관 개선과 치료 순응도 향상에 효과적
실용 팁: KFRE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 KFRE 계산기 사용 시 주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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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CR 단위는 mg/g 또는 mg/mmol인지 확인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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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검사는 최근 1개월 이내 수치 사용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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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인/칼슘 수치가 없다면, 4-variable KFRE도 가능
✅ 결과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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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투석 위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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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저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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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중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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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고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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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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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위험도 차트를 출력하거나 앱을 통해 시각적으로 설명하면 이해도 향상
결론: KFRE, CKD 진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KFRE는 단순히 eGFR 수치를 보는 시대를 넘어, 다변량 기반 예측 시대로 진입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에서도 이미 적용이 가능하며, 특히 진료실에서 고위험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고, 불필요한 자원 사용을 줄이는 데 핵심적인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환자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KFRE를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문헌
Prasad B, Osman M, Jafari M, et al. Kidney Failure Risk Equation and Cost of Care in Patients with Chronic Kidney Disease. Clin J Am Soc Nephrol. 2022;17(1):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