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수백만 명이 신장이식만을 기다리며 투석을 견디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 장기는 턱없이 부족하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꺼내든 카드는 돼지입니다.
돼지의 장기는 사람과 크기, 기능이 유사하고, 빠르게 번식할 수 있으며, 유전자 조작이 용이합니다. 최근엔 CRISPR 기술의 발전 덕분에 돼지 유전자에서 인간과 면역충돌을 일으키는 부분을 제거하고, 인간 유전자를 삽입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 69가지 유전자 조작의 결정체
2024년 3월,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유전자 조작 돼지의 콩팥을 생존 환자에게 이식했습니다. 사용된 돼지 콩팥은 무려 69가지 유전자를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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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주요 당항원 제거 (면역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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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가지 인간 유전자 삽입 (보체 억제, 항염, 항응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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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바이러스 비활성화
이로써 사람 몸에서 거부반응을 최대한 줄이고, 감염 위험도 낮췄습니다
👴 이식을 받은 사람: 절박했던 62세 남성
이식 대상자는 말기 당뇨병성 신장병 환자로, 이미 신장이식 이력이 있었고 혈관 질환이 심각해 더는 투석도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미국 이식통계 모델에 따르면, 5년 내 생존 가능성은 16%에 불과했던 그는 마지막 희망으로 돼지 신장 이식을 선택했습니다.
💉 수술과 회복 과정: 희망의 시작
이식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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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5분 만에 소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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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48시간 동안 6리터 이상 소변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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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 크레아티닌 수치: 11.8 → 2.2 mg/dL (6일 내)
면역억제요법은 매우 복잡했는데요, 총 7가지 약물이 사용되었습니다. 기존 인간 이식에 비해 약물 부담이 훨씬 컸지만, 거부반응 없이 콩팥은 안정적으로 작동했습니다.
⚠️ 8일째 면역반응: 예기치 못한 시련
8일째, 크레아티닌 수치가 다시 상승하며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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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T세포 매개 거부반응(Banff 2A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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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 매개 거부반응은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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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량 스테로이드, 면역글로불린, 보체 억제제(pegcetacoplan) 추가 투여
치료 후 콩팥 기능은 다시 안정되었고, 34일째 조직검사에서도 심각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52일째 갑작스러운 심정지: 하지만 콩팥은 멀쩡했다
그러나 이식 52일째, 환자는 외래 진료 후 급작스러운 호흡곤란과 심정지로 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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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은 심각한 관상동맥질환과 심장섬유화에 의한 부정맥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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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조직은 오히려 정상적 기능을 유지 중이었으며, 면역 거부 징후도 없었습니다.
🧠 우리는 무엇을 배웠나?
미국 UCSF 의대의 Dr. Sandy Feng은 이 사례를 통해 세 가지 교훈을 제시했습니다.
1.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기능을 유지한 채 52일간 살아있는 사람 몸에서 작동한 첫 돼지 콩팥입니다. 이는 ‘가능성’을 증명한 것입니다.
2. 면역억제는 여전히 도전과제
복잡하고 강력한 면역억제에도 T세포 거부반응이 발생했습니다. 이종이식의 면역학적 장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3. 환자 선택이 성패를 가른다
이번 환자는 심혈관 질환이 너무 심각했습니다. 장기 기능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사망한 만큼, 향후 임상시험에서는 적절한 대상자 선별이 중요합니다.
🚀 미래는?
이 사례 이후, 미국 FDA는 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승인했습니다. 이종이식은 더 이상 ‘영화 속 상상’이 아닙니다. 생존 기간 연장, 장기 부족 해결, 면역 거부 극복 등 수많은 난제를 넘어서면 언젠가는 정상적인 삶을 가능케 하는 기술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 정리: 이건 시작일 뿐
항목 |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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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 대상 | 62세 말기신부전 환자 |
사용된 돼지 | 69개 유전자 조작 (3KO + 7 인간 유전자 + 바이러스 비활성화) |
수술 성과 | 즉시 기능, 투석 중단, eGFR 40–50 유지 |
합병증 | T세포 매개 거부반응 → 회복 |
사망 원인 | 심장 질환 (부정맥) |
신장 상태 | 사망 당시 정상 기능 유지 |
📌 마무리하며
이식받은 돼지 콩팥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기능은 ‘사람보다 나았던’ 셈이죠.
지금 이 순간에도 수천 명이 장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희망은 점점 ‘돼지’에게서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