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사구체 과여과는 콩팥 기능이 정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사구체 과여과(glomerular hyperfiltration, 이하 GHF)’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여과율이 높다는 건 신장이 더 잘 작동한다는 거 아닌가요?’라고 묻습니다. 얼핏 듣기엔 건강한 상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장의 비정상적 과로를 의미하며, 장기적인 신장 손상심혈관계 질환(CVD)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서는 GHF가 단지 당뇨병의 초기 현상이 아니라, 특히 젊은 환자에서 심근경색 및 심부전 위험을 유의하게 높이는 독립적 위험 인자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구체 과여과의 정의부터 병태생리, 당뇨병과의 연관성, 당뇨병이 없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그리고 임상적 함의까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사구체 과여과란?

사구체는 신장에서 혈액을 걸러내는 ‘정수기 필터’ 역할을 하는 아주 미세한 구조입니다. 이 사구체를 통해 체내 노폐물, 수분, 전해질 등이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신장의 사구체여과율(eGFR)**이 90~120 ml/min/1.73m² 정도인데, 이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 즉 나이에 비해 상위 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eGFR이 높으면 사구체 과여과 상태로 간주합니다.

이 상태는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지속될 경우 사구체내 고혈압, 내피 손상, 사구체 경화, 단백뇨, 만성콩팥병(CKD)**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GHF는 결코 ‘좋은 신장 기능’이 아니라, 오히려 신장의 기능 이상을 암시하는 경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왜 과여과가 문제일까? – 병태생리 이해하기

GHF가 신장과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인 기전을 통해 설명됩니다.

① 사구체내 고혈압

GHF 상태에서는 사구체로 유입되는 혈류량이 증가하고, 사구체 내 압력도 높아지면서 혈관 내피세포 손상사구체경화증이 유발됩니다. 이는 만성적으로 신장을 손상시키고, 혈관계에도 부담을 주어 고혈압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입니다.

② Tubuloglomerular Feedback 억제

고혈당 상태에서는 근위세뇨관에서 포도당과 나트륨의 재흡수가 증가하여 TGF가 억제되고, 결과적으로 구심성 세동맥이 확장되어 과여과가 유지됩니다. 이 기전은 특히 당뇨병에서 두드러지게 관찰됩니다.

③ RAAS 시스템 활성화

GHF는 **RAAS(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의 과도한 활성화를 유발하여 혈압 상승, 나트륨 및 수분 저류, 혈관 수축 등을 초래합니다. 이는 심근비대, 동맥경화, 심부전과 같은 심혈관 질환과 직접 연결됩니다.

④ 산화스트레스 및 염증

GHF 상태에서는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이 증가하여 전신 내피세포 기능 장애를 일으키고, 이는 동맥경화,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⑤ 동맥 경직성 증가

GHF는 대혈관에도 영향을 주어 동맥 경직도 증가, 이완기 기능 장애, 심장 리모델링을 일으킬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심부전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3. 연구로 보는 GHF와 심혈관 질환의 관계

2025년 CJAS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약 195만 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를 7년간 추적한 결과,
GHF군은 일반적인 여과율군(40~60 백분위수)에 비해 심혈관 질환 위험이 13% 증가(HR 1.13),
특히 심근경색은 6%(HR 1.06), 심부전은 17%(HR 1.17) 증가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GHF가 있는 젊은 당뇨병 환자(40세 미만)**에서는 이 위험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HR 1.30).
이는 GHF가 단지 신장의 문제를 넘어서, 전신 대사질환 및 심혈관계 질환의 초기 표지자임을 시사합니다.

요약 정리

구분 GHF로 인한 CVD 위험 증가가 큰 집단
연령 40세 미만
성별 남성
비만 여부 비만하지 않은 사람
고혈압 유무 고혈압이 없는 사람
지질 이상 이상지질혈증이 없는 사람

4. 당뇨병이 없어도 과여과가 올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당뇨병 없이도 다양한 원인에 의해 GHF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 또한 장기적으로는 신장 손상 및 CVD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① 비만 및 대사증후군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된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등은 TGF 억제 및 사구체 혈류 증가를 유발해 GHF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② 초기 고혈압

고혈압 초기에 교감신경계 항진, RAAS 활성화 등이 사구체 혈류 증가 및 GHF를 유도합니다.

③ 고단백 식사

단백질 섭취가 많은 경우 일시적으로 eGFR이 상승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GHF 유지 시 사구체 부담이 증가합니다.

④ 임신

임신 2~3기에는 생리적으로 혈류량과 eGFR이 증가하며 일시적 GHF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기존 질환이 있다면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⑤ 기타

  • 고강도 운동 직후

  • 단신장 (신장기증자 포함)

  • 초기 다낭성 신장질환

  • 청소년기 성장기 등에서도 일시적 과여과 발생 가능


5. GHF의 조기 발견과 관리의 중요성

GHF는 증상이 없고 혈액검사상 eGFR이 “정상 이상”으로 보이기 때문에 간과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신장의 구조적 손상과 기능 저하, 그리고 심혈관계 질환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합니다.

✔️ 조기 발견을 위한 팁:

  • eGFR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우(예: >120~130 이상) 단순히 “정상 이상”으로 해석하지 않고,

  • **연령·성별에 따른 상대적 백분위수(eGFR percentile)**를 기준으로 평가

  • Dipstick 소변검사상 미세 단백뇨(‘trace’)라도 임상적 의미 부여

  • **고위험군(젊은 당뇨병 환자, 대사증후군, 비만, 고혈압 환자 등)**은 정기적 추적 필요


6. GHF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GHF를 진단받았다고 해서 바로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원인 교정과 진행 차단입니다.

🔹 생활습관 개선

  • 염분 섭취 줄이기

  • 단백질 과다 섭취 피하기

  • 체중 감량

  • 꾸준한 유산소 운동

🔹 약물적 접근

  • 당뇨병이 있다면: SGLT2 억제제, RAAS 억제제(ACEi, ARB) 사용 고려

  • 혈압 조절은 중요한 핵심 관리 요소

  • 동반 대사이상(지질이상증 등)도 적극 치료


사구체 과여과는 단순히 신장이 ‘열심히 일하는 상태’가 아닙니다.
이것은 신장과 심혈관계가 이미 부담을 받고 있다는 경고일 수 있으며, 특히 젊은 연령대, 초기 당뇨병, 비만/대사이상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심혈관 질환의 조기 징후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GHF를 조기에 인지하고 생활습관 개선 및 필요시 약물로 조절하는 것은, 향후 신장기능 악화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Reference

Chung SM, Jung I, Lee DY, Park SY, Yu JH, Moon JS, Seo JA, Han KD, Kim NH.
Effect of Glomerular Hyperfiltration on Incident Cardiovascular Disease in Patients with Type 2 Diabetes Mellitus.
Clin J Am Soc Nephrol. 2025 Mar;20(3):4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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