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지금 ‘신장 건강’인가?
만성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CKD)은 이제 더 이상 일부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약 8억 5천만 명이 영향을 받고 있으며, 치료가 늦어질수록 심부전·심혈관질환·심뇌혈관사고 등이 함께 증가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들이 신장 건강을 국가 보건정책의 우선순위로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장 질환은 돈이 많이 드는 투석 치료가 핵심’이라는 오해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WHO의 신장 건강 결의안(2025) 이후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전 세계가 처음으로 신장 건강을 하나의 국가 전략 질환(NCD) 범주로 포함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이 결의안의 핵심은 간단하면서도 강력하다.
CKD는 예방할 수 있다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성과가 극적으로 좋아진다
1차의료에서 관리 가능한 질환이다
국가가 개입하면 의료비 절감 효과가 매우 크다
국제학술지 Kidney International(2025) 논문에서 소개된 과테말라·태국·소말리아 사례는 서로 다른 수준의 보건의료 시스템에서도 신장 질환을 통합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2. WHO 신장 건강 결의안의 핵심 메시지
결의안은 크게 세 가지를 강조한다.
① 국가 차원의 신장 건강 전략 수립
단순 질병 관리 수준이 아니라, 정책·재정·보험·교육·예방프로그램까지 포함한 종합 전략을 만들도록 요청한다.
② 1차 의료 중심의 조기 발견 강화
특히 고혈압·당뇨병 환자에게
eGFR 검사
소변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UACR) 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도록 권고한다.
이는 CKD 발견의 70% 이상이 1차 의료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다.
③ 국가 건강정보·감시체계 구축
CKD 유병률
치료 접근성
투석·이식 현황
지역별 의료격차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 세 가지는 부유한 나라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논문에서는 경제적 수준이 서로 다른 3개국의 사례를 제시하며 같은 방향의 성공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3. 과테말라: 불평등한 환경에서도 만든 ‘국가 신장전략 2030’
과테말라는 중남미 국가로, 지역 간 의료 접근성 차이가 매우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신장 전략(SAPKH2030)을 선제적으로 수립했다는 점이 큰 의미가 있다.
과테말라가 선택한 핵심 전략
지방에서 투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신규 투석센터 확충
유아·청소년 신장질환 관리 강화
초·중·고 교육부와 협력한 생활습관 개선 정책
신장 대체요법(KRT) 등록체계 디지털화로 진료 불평등 해소
특히 과테말라는 소득과 지역 격차가 큰 나라임에도,
“투석을 늘리기보다 조기 예방에 투자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결정적 인식 전환을 이뤄냈다.
4. 태국: 1차의료 중심 신장관리의 대표 사례
태국은 이미 보건의료체계가 잘 정비된 국가로, 신장 건강 결의안을 시스템 통합 모델로 구체화하는 국가이다.
태국의 특징적인 전략
전국민건강보장(UHC) 안에 만성콩팥병 조기검사(eGFR, UACR) 포함
지역사회 중심 CKD-Multidisciplinary Team 운영
마을 자원봉사자(VHW)를 활용해
-혈압검사
-혈당 모니터링
-생활습관 상담
-등 실질적 예방 프로그램 시행
투석비 전액 지원(PD-first 정책)
특히 태국의 통합 관리 모델(Integrated CKD Care)은 CKD 진행 속도를 현저히 줄인 것으로 알려져 국제적으로도 모범사례로 평가된다.
→ 이 메시지는 한국 1차의료 개편에도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전문 인력이 부족한 지역일수록, 간호사·코디네이터·지역사회 인력과의 팀 기반 진료가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5. 소말리아: 가장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초 신장 관리’는 가능하다
소말리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국가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WHO 결의안을 바탕으로 신장 건강을 필수 보건서비스에 포함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소말리아가 실천 중인 접근
급성콩팥손상(AKI) 예방을 위해
탈수
감염
임신 합병증
교육·진단 강화
기초 검사항목을 국가 필수진단 목록에 포함
소변검사
혈청 크레아티닌
수도 모가디슈에 공공 투석센터 설치
향후 2개 이상의 공공 투석센터 추가 계획
즉, 투석부터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해도, 예방과 조기 발견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6. 이 세 국가의 공통 교훈
1) 국가 전략부터 만들어라
전문가·정부·학회·환자단체가 함께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2) 1차 의료 강화가 가장 큰 효과를 낸다
고혈압·당뇨 선별검사만 잘해도 CKD의 상당 부분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3) 자료가 있어야 정책이 생긴다
각국이 공통적으로
CKD 등록체계
지역별 유병률 파악
투석 접근도
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변화이다.
4) 신장 건강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다
조기 발견과 예방에 투자하면
투석·이식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연구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7. 한국에 주는 시사점
한국은 이미 의료 인프라가 뛰어난 나라지만,
CKD 조기발견·치료율은 의외로 높지 않다.
한국이 배워야 할 부분
-지역사회 중심 CKD 조기검진 도입
-만성질환(고혈압·당뇨) 관리프로그램에 UACR 검사 의무화
-신장학회·1차의료·보건소 간 연계 모델 구축
-투석예방 중심의 국가 전략 수립
-신장 건강 데이터 기반 정책 강화
특히 1차의료에서 CKD 선별검사(eGFR·UACR)를 정례화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매우 높다.
한국도 이제 “고혈압·당뇨만 관리하는 시대”에서
“심장·콩팥·대사질환을 통합 관리하는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
WHO 신장 건강 결의안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다.
각국이 정책·예산·보험·교육·1차의료 개편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다.
과테말라·태국·소말리아의 사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어떤 나라든, 지금 가진 환경에서 시작할 수 있다.
신장 건강은 국가가 투자할 가치가 있는 영역이다.”
출처 입력
앞으로도 WHO·국가·학계가 협력하여
전 세계 신장질환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문헌
Tonelli M, Meda RL, Abdijalil G, Pichaiwong W, Abdul Hafidz MI, Michalska M, Ulasi I.
Implementing the commitments of the WHO kidney health resolution: initial steps in 3 diverse settings.
Kidney International. 2025;108(6):969–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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