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1차 진료(primary care)가 전체 진료의 약 35%를 담당하지만, 전체 보건 의료 재정 중 차지하는 비율은 5% 이하입니다.
1차 진료의 가치는 높지만, 재정·지위·업무 환경은 그렇지 못한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합니다.
최근 발표된 한 의료 사회학적 분석은 이 문제를 “의료계의 구조적 악순환”으로 설명하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2037년까지 약 87,000명 규모의 1차 진료 인력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습니다(미국 데이터).
이 글에서는 해당 논문을 바탕으로, 왜 1차 진료가 이렇게까지 붕괴돼 왔는지,
그리고 어떤 구조적 요인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악화시키는지 확인해봅니다.
1차 진료 의사는 다양한 질환을 다루며 환자 상담·추적관리·서류·콜백 등을 광범위하게 수행합니다.
그러나 실제 수입은 전문과에 비해 상당히 낮습니다.
따라서 많은 전공의들이 1차 진료 대신 전문과 혹은 입원전담의(hospitalist)를 선택합니다.
논문은 실제 사례를 이용해, 학생들이 “너무 똑똑해서 1차 진료는 아깝다”는 말을 듣는 문제가 존재함을 지적합니다.
이는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의료계 전체가 갖고 있는 지배적 가치 시스템을 보여줍니다.
미국 NYU는 2018년부터 의대 전 과정 완전 무상을 시행했지만,
1차 진료 선택 비율은 14%로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큰 문제는 경제적 압박이 아니라 의료계 구조의 ‘가치 왜곡’이라는 의미입니다.
미국은 진료 행위의 가치를 정하는 RBRVS(Resource-Based Relative Value Scale)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실질 결정권을 가진 위원회(RUC)는 전문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본래 취지였던 ‘인지적 진료(cognitive work)’의 가치 상향이 거의 이뤄지지 않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전문의는 1~2시간의 시술로
1차 진료 의사가 하루 종일 외래를 본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립니다.
논문에는 이런 사례가 소개됩니다:
전문의 진료실 리모델링 후 버려진 책상을 1차 진료 클리닉이 가져다 쓰는 현실.
이는 1차 진료가 조직 내에서 “우선순위가 가장 낮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전문과 중심의 의료 시스템에서는 시술·기술·기기 기반 행위가 더 높은 가치를 가진 것으로 여겨집니다.
반면 1차 진료처럼 시간·인지·지식·관계를 기반으로 한 진료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오해를 받습니다.
저평가된 수가
→ 충분한 시간을 들일 수 없는 환경
→ 질 저하 및 환자 불만
→ “1차 진료는 가치가 낮다”는 인식 강화
→ 더 낮은 투자
→ 결국 인력 부족으로 이어짐
이 구조적 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 1차 진료에 대한 수가 인상
● 기본진료료(capitation) 기반 인센티브 강화
● 서류·관리 업무의 별도 보상
● 팀 기반(primary care team) 모델
● 간호사·약사·사회복지사와의 다직종 협력
● 업무량 분산 및 비의료 행정 부담 감소
● 인지적 진료의 가치를 재평가
● “전문의 중심”에서 “환자 중심·전인적 관리 중심”으로 이동
● 1차 진료의 장기적 비용 절감 효과에 대한 정책적 인정
한국 역시
● 최저 수준의 의원급 수가
●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낮은 보상
● ‘빨리·많이 보는 외래’로 몰리는 구조
● 젊은 의사들의 1차 진료 기피
라는 문제가 동일합니다.
특히 고령화·만성질환 증가 속에서 1차 진료 기능이 약화되면
● 의료비 증가
● 환자 안전 문제
● 의료 격차 심화
가 필연적입니다.
즉, 이 문제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미 진행 중인 문제이며,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회복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1차 진료의 위기는 단순한 인력 부족이 아니라
가치의 문제이며, 시스템 설계의 문제이며, 의료계 전체의 인식의 문제입니다.
지금과 같은 구조를 유지하면 1차 진료는 계속 약화될 것이고,
그 피해는 결국 환자와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됩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교육 변화나 단기적 보상 조정이 아닌
의료 시스템의 철학과 가치, 그리고 자원의 재배분이라는 근본적 변화입니다.
Rosenbaum L. The Primary Care Puzzle: Why Have We Chosen Not to Fix Primary Care? The Vicious Cycle of Medical Hierarchy.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93(20), November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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