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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걸음 수, 다섯 번째 활력징후로 제안되다

활력징후의 새로운 변화

수 세기 동안 활력징후(vital signs)는 생명 유지의 기본 지표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맥박과 호흡수는 고대부터, 체온은 17세기 중반부터,

혈압은 1900년경 청진기와 혈압계의 등장 이후 공식적인 활력징후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 의학계에서는 ‘하루 걸음 수(daily step count)’를 다섯 번째 활력징후로 추가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Medscape의 내과 전문의 조지 런드버그(George D. Lundberg, MD)는 2025년 10월 칼럼에서 “걸음 수는 신체의 종합적 기능을 반영하는 고감도 지표로서,

다른 활력징후와 함께 건강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왜 ‘걸음 수’인가?

기존의 활력징후 네 가지(맥박, 호흡, 체온, 혈압)는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데 유용하지만, 질병의 특이도는 낮습니다.
이에 비해 걸음 수는 신체 여러 기관의 통합적인 기능을 반영합니다.

걷기에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생리적 요소가 작용합니다.

  • 신경계: 척수, 감각·운동 신경의 협응

  • 근골격계: 뼈, 관절, 인대, 건, 연골의 기능

  • 심혈관계: 심박출량과 말초혈관의 개방성

  • 평형감각: 전정기관과 고유수용성 감각(proprioception)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하루 걸음 수가 감소합니다. 즉, 걸음 수는 건강 이상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조기 경고 지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걸음 수의 ‘의지적 특성’이 장점인 이유

일부 비평가들은 걸음 수가 개인의 의지나 생활습관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들어 ‘객관적 지표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런드버그 박사는 오히려 ‘의지성(volition)’이 장점이라고 강조합니다.

걸음 수는 단순한 신체 기능뿐 아니라 심리적·인지적 건강 상태까지 반영합니다.

  • 의욕과 집중력

  • 우울감, 무기력

  • 생활 리듬과 사회적 활동성

따라서 걸음 수는 신체 활력뿐 아니라 정신적 활력의 지표로서 의미를 가집니다.


기술의 발전: ‘웨어러블’이 만든 새로운 의료 도구

스마트워치나 피트니스 밴드 등 웨어러블 기기의 보급으로, 걸음 수 측정은 정확하고 일상적인 행위가 되었습니다.
이제 병원 밖에서도 실시간으로 걸음 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으며,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연령·성별·직업별 정상 범위(reference range)를 손쉽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40대 직장인 평균: 약 7,000~9,000보/일

  • 60대 이후 건강 노년층: 약 6,000보 이상

  • 만성질환자 관리 목표: 4,000보 이상에서 점진적 증가

이처럼 개별 환자에게 맞춘 걸음 수 처방(step prescription)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고령자의 사례: 걷기가 보여주는 신체 경고 신호

런드버그 박사는 자신이 85세부터 92세까지 매일 Fitbit으로 걸음 수를 기록한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그는 “질병이 생길 때마다 내 걸음 수는 체온이나 혈압보다 먼저 변했다”고 밝혔습니다.
감기, 관절통, 심장 이상 등 어느 질환이든, 회복 과정에서도 걸음 수는 가장 민감한 회복 지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걸음 수는 단순한 ‘운동량’이 아니라 질병의 감시자(sentinel sign)로 기능합니다.


임상적 활용 가능성

  1. 만성질환 관리:
    고혈압, 당뇨병, 만성콩팥병 환자의 신체활동 모니터링 지표로 활용 가능.

  2. 노인 돌봄:
    노인성 근감소증, 낙상 위험, 인지 기능 저하의 조기 예측에 활용.

  3. 재활 평가:
    수술 후 회복 단계나 심폐 재활 프로그램의 성과 측정에 유용.

  4. 정신건강:
    우울증, 무기력증, 수면장애 등의 비약물적 모니터링 지표로도 효과적.


결론: 걸음 수, 새로운 건강 언어

‘하루 걸음 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심장, 뇌, 근육, 감정, 의지가 함께 녹아 있습니다.

런드버그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루 걸음 수는 신체의 통합적 기능을 반영하는 가장 접근 가능한 지표다.
이제 네 가지 활력징후는 자리를 양보할 때다. 다섯 번째 활력징후로 걸음 수를 맞이하라.”


실천 팁

  • 스마트워치나 앱으로 기본 걸음 수 기록 습관을 들이세요.

  • 목표는 하루 8,000보 이상이지만, 현재보다 10%씩 늘리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 갑작스러운 걸음 수 감소가 3일 이상 지속된다면,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습니다.


참고

  • Lundberg GD. Daily Step Count Should Be the Fifth Vital Sign. Medscape. October 14, 2025.

  • WebMD LLC © 1994–2025


콩팥건강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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