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당뇨병 환자에서 야간 고혈압이 중요한 이유|낮 혈압이 정상이어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당뇨병이 있다면 ‘낮 혈압’만 봐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혈압이 괜찮다고 했는데 아침에는 높아요.”

“혈압약을 먹는데 새벽이나 아침에 혈압이 올라갑니다.”

“혈압은 정상이라고 했는데 단백뇨가 계속 나옵니다.”

이런 환자에서는 진료실 혈압만 보는 것보다 잠자는 동안 혈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의 혈압은 정상적으로 잠을 자면 낮보다 떨어집니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에서는 혈압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밤에 올라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를 각각

  • non-dipping, 비강하형 혈압
  • reverse dipping 또는 riser pattern, 야간 상승형 혈압

이라고 합니다.

특히 야간 혈압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심혈관질환, 뇌졸중, 콩팥질환 위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야간 고혈압이란 무엇인가요?

2024년 유럽심장학회(ESC)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24시간 활동혈압검사,

즉 ABPM을 기준으로 수면 중 평균 혈압이 약 120/70 mmHg 이상인 경우 야간 고혈압으로 평가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 번 잰 혈압이 아닙니다.

잠자는 동안 자동혈압계가 여러 차례 측정한 평균 혈압을 확인합니다.

정상적인 경우 잠이 들면서 교감신경 활동이 감소하고 혈압도 낮보다 약 10~20% 떨어집니다.

야간 혈압 패턴은 대략 다음과 같이 나눕니다.

  • 정상 dipping: 밤 혈압이 낮보다 10~20% 감소
  • Non-dipping: 감소폭이 10% 미만
  • Reverse dipping: 밤 혈압이 낮보다 오히려 상승
  • Extreme dipping: 밤 혈압이 20% 이상 감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야간 고혈압과 non-dipping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낮보다 혈압이 어느 정도 떨어졌더라도 실제 야간 평균 혈압이 기준보다 높다면 야간 고혈압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ABPM에서는

  1. 실제 야간 평균 혈압
  2. 낮에서 밤으로 혈압이 얼마나 감소하는지

두 가지를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당뇨병 환자는 왜 밤에 혈압이 잘 떨어지지 않을까요?

1.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

잠을 자면 교감신경 활동이 줄면서 혈압이 낮아져야 합니다.

하지만 오래된 당뇨병에서는 자율신경 기능이 손상되어 정상적인 일주기 혈압 조절이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낮 혈압은 괜찮은데 밤에 충분히 떨어지지 않는 non-dipping 패턴이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특히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당뇨병 환자에게서 낮에는 혈압이 떨어지면서 밤에는 오히려 높은 독특한 패턴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2. 당뇨병성 콩팥병

당뇨병 환자에게 야간 혈압이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콩팥입니다.

콩팥기능이 떨어지거나 단백뇨가 증가하면 나트륨과 체액 조절 능력이 변합니다.

낮 동안 충분히 배출하지 못한 나트륨을 밤에 처리하기 위해 혈압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는 특히

당뇨병 + 단백뇨 + 야간 고혈압

조합을 주의해서 봅니다.

3. 수면무호흡증

비만하거나 목둘레가 굵고 코골이가 심한 당뇨병 환자라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도 확인해야 합니다.

잠을 자는 동안 반복적으로 호흡이 멈추면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교감신경이 활성화됩니다.

결과적으로 잠을 자는데도 혈압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다음 증상이 있다면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 심한 코골이
  • 가족이 목격한 수면 중 무호흡
  •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음
  • 낮 동안 심한 졸림
  • 아침 두통
  • 여러 혈압약을 복용해도 조절이 잘 되지 않음

 

왜 당뇨병에서 야간 혈압이 특히 중요할까요?

대표적인 연구 중 하나가 Dublin Outcome Study입니다.

24시간 활동혈압검사를 시행한 당뇨병 환자 859명을 평균 약 5.3년 추적한 연구에서 당뇨병 환자는 비당뇨군보다 야간 수축기혈압이 높았고, non-dipping 패턴 역시 더 흔했습니다.

당뇨병 환자에서 야간 수축기혈압이 10 mmHg 증가할 때 심혈관 사망 위험이 약 32% 증가하는 연관성이 관찰되었습니다.

낮 혈압과 여러 위험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야간 혈압은 중요한 예후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관찰연구이므로 야간 혈압 자체가 위험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다음은 기억할 만합니다.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위험을 평가할 때 밤에 측정한 혈압은 낮 혈압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병원 혈압이 정상이어도 야간 고혈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진료실 혈압이 126/76 mmHg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겉으로는 매우 잘 조절된 혈압입니다.

하지만 24시간 혈압검사를 시행했더니

  • 낮 평균 128/76 mmHg
  • 밤 평균 131/74 mmHg

가 나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낮에는 정상처럼 보이지만 밤에 오히려 혈압이 올라가는 isolated nocturnal hypertension 또는 reverse-dipping 양상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가정혈압 측정은 아침과 저녁 혈압을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잠든 상태에서의 혈압을 평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꼭 기억해야 할 5가지

첫째, 정상적인 혈압은 잠을 자면 낮보다 약 10~20% 떨어집니다.

둘째, 당뇨병 환자에서는 non-dipping과 야간 고혈압이 상대적으로 흔합니다.

셋째, 진료실 혈압이 정상이어도 야간 고혈압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넷째, 야간 혈압은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및 콩팥 위험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다섯째, 단백뇨, 만성콩팥병, 수면무호흡증, 자율신경병증이 있다면 야간 혈압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마무리

당뇨병 환자의 혈압 관리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시간이 있습니다.

바로 잠자는 시간입니다.

혈압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한 번 측정한 숫자뿐 아니라 하루 24시간 동안 혈압이 어떤 패턴으로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것입니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 야간 혈압은 심장과 뇌뿐 아니라 콩팥의 위험을 평가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1.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Professional Practice Committee. Standards of Care in Diabetes—2026. Diabetes Care. 2026.
  2. McEvoy JW, et al. 2024 ESC 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elevated blood pressure and hypertension. European Heart Journal. 2024.
  3. Eguchi K, et al. The importance of night-time systolic blood pressure in diabetic patients: Dublin Outcome Study.
  4. Sturrock NDC, et al. Prognostic value of nocturnal blood pressure and reverse-dipping status in hypertensive diabetic pati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